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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행정과] 딸과 룸메이트가 되다.

조회수
1340
날짜
2023.04.17
작성자
관리자
첨부파일

 

딸과 룸메이트가 되다.

 

 

안녕하세요, 춘해보건대학교 보건행정과 23학번, 우O남입니다.

저는 198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23살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고, 딸을 낳고 싶어 늦둥이 딸까지 2남 1녀를 키우느라 열심히 살았습니다.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에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다양한 일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생명보험회사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정경제를 위해서 시작했던 보험설계사였는데, 해보니 제 적성에도 맞고, 경력이 쌓이면서 팀장이란 직책도 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보험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를 대비하는 일이다 보니 고객과 상담을 할 때 자연스럽게 병원이나 질병 관련된 얘기를 하게 되고, 보건의료 정보가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았습니다. 회사에서 배운 보험 상품 지식만으로 부족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하기도 하고 혼자 독학으로 질병코드도 공부하면서 계속 일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회사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 정도 제 생활도 안정되었고, 아예 간호대학을 가서 배우면 제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한 것을 바로 실천으로 옮기는 제 추진력 덕분에 간호대학이 떠오른 다음 날, 춘해보건대학교 입학처에 찾아갔습니다.

 

 그 날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입학처에서 간호학과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는데, 당시 입학처장이던 보건행정과 교수님을 만나게 된 겁니다.

입학처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던 저에게 차 한잔 하자시더니, 지금 하는 일, 경력, 앞으로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시는 겁니다. 처음 뵙는 교수님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술술 제 생각, 심지어 자녀 얘기까지 다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해 왔던 경력도 살릴 수 있고, 좀 더 전문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려면 보건행정과 진학도 생각해보라고 하시면서, 특히 2년제이기 때문에 한번 해보고, 공부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면 편입이나 다시 진학을 진해해보자고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이 도와 줄테니 한번 도전해보자. 라는 말에 저는 마치 마술에 걸린 듯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3인 딸의 대학진학과 진로도 같이 상담을 했습니다.

 

 결론은,.. 맞습니다.

 저는 올해 2023년 3월에 딸과 함께 춘해보건대학교 보건행정과 새내기가 되어 같은 반 친구가 되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낳은 이이고, 아들 둘을 낳고 얻은 외동딸이다 보니 저에게는 정말 귀하고 특별한 아이기에 딸하고 더 친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딸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생기면서 입학식 전날까지 정말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37년 전 과거로 잠시 돌아가 회상을 합니다.

‘엄마, 다음 주부터 대학원서 써야한대요.’, ‘니가 대학을 가면 남동생은 어떻게 하니?’

그 시절 빠듯한 살림에 아들은 대학을 보내야한다는 어머니 생각을 따라 저는 대학진학을 포기했었습니다.

 입학식 일주일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 나 공부하고 싶어요. 저 대학 갈래요.’50대 중반의 뜬금없는 말에 어머니는 ‘하고 싶으면 한번 해봐라.’하셨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듣고 싶었던지, 37년 된 마음 속 응어리가 다 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말씀은 안하셨지만 어머니도 대학을 가고 싶다던 딸을 못 보낸 걸 마음속에 담아두시고 계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응원을 받으니 정말 대학생활이 시작된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이 기다려지고 설레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식에 왔더니 20살 학생들은 정말 눈이 부시도록 예쁘고, 너무 싱싱하고 푸르렀습니다. 제 나이가, 제 모습이 스스로 주눅이 들었습니다.

도와주시겠다고, 한번 해보자는 교수님을 믿고 시작은 했는데,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것도, 컴퓨터로 이것저것 작성해야 하는 것도 다 어려웠습니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 청구, 질병분류 교과목은 보험 일을 하면서 정말 필요하고 아쉬운 부분이었기에 진짜 오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항상 어리게만 보였던 막내딸이 이제는 학교에서 제 단짝 친구이고, 제 과외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이것저것 저한테 물어보고 애교를 부리는 딸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수업, 과제, 심지어 친구 사귀는 법까지 하나하나 물어보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누가 이런 경험을 하겠습니까? 저는 이 경험을 잘 살려보려고 합니다.

 

 개강한지 3주밖에 안 지났는데, 회사에서는 보험 약관을 보는데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보이고, 후배나 고객을 상담할 때 이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어머니랑 가끔 통화할 때면, 제가 학교 다닌다고, 공부한다고 힘들다고 응석을 부리면, 또 ‘한번 해봐라.’그러십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면 힘이 납니다.

 특히 단짝 친구인 딸이 옆에 있으니 든든합니다.

우리 모녀 3대에게 2023년은 특별하고 기대되는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보건행정과/우0남